엄마가 양파를 튀겼어. 나는 그 양파튀김이 어린이날 선물인 줄 미처 몰랐지. 그래서 맛있게 먹은 것인데.
먹고 보니 어린이날 선물이었고. 깜짝 놀란 나는 체하고 말았던 것이다.
 
변기에 한가득 게워 내면서.
내가 양파를 다 게워 낸들 선물을 또 사 줄 리는 없잖아.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내가 하루 종일 운다고 해서 선물을 또 사 줄 리 없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 한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법이 그렇다니까. 양파가 마지막 선물이었어.
마지막 선물을 토해 버렸어.
 
화장실 안에는 시계가 없고 거실로 나가야 시계가 있고. 오후 세 시쯤 되었을 거야.
아홉 시간. 내 마지막 어린이날이 고작 아홉 시간 남았다는 걸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지.
 
화장실 문을 잠그고 바닥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양파튀김이 제일 좋다고 네가 저번에 얘기했잖아?


엄마가 문을 두드렸어.
 
틀린 말은 아니니까 할 말은 없고 그저 엄마가 알아주기를.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기념일인지. 엄마가 알아주기를.
나는 신께 기도 드렸다.
 
그렇게 중요한 기념일인데 화장실 안에서 허비하다니. 너도 참 바보로구나.
차가운 타일 바닥에 엎드린 채로 내가 얼마나 낭비한 걸까?
 
그러나 내가 낭비한 만큼 엄마가 나를 이해한다고 해도 엄마는 또 양파를 튀길 것이다.
최선에 최선을 다해.
 
/김승일, 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