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를 한 대 갈기다 보면 안고 싶고 이제 그만 안녕, 하다 보면 어머 안녕, 하고 싶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다 보면 어쩌다 그럴 수도 있을 거 같고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들을 대려면 셀 수 없이 많은 핑계들이 생겨 나고

진실처럼 보이는 진실과 진실인 진실, 고통처럼 보이는 고통과 고통인 고통 죽고 싶다 말하지만 정말로 죽고 싶지는 않고 살고 싶다 말하지만 정말로 살았던 적 없고, 죽고 싶은데 누가 자꾸 살려 놓는 거니 살고 싶은데 왜 자꾸 목을 조르는 거야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아니,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거 맞잖아

고백은 뻔해서 아무도 안 믿는다 유서는 약발 떨어졌다 울고 소리쳐도 벽에 머리를 박아도 달라지지 않는다 높은 데서 떨어져도 괴물처럼 살아날 거다 그래도, 어이없이 간단한 끝은 올 거다 온몸 실밥 풀리면서 움켜쥔 시간들이 터져 나올 거다 운동회 날 터지는 박처럼 막무가낼 거다

우리는 심기증 환자, 한순간이면 고통도 황홀도 감쪽같겠지, 하는 수 없이 죽어 가면서 하는 수 없이 너만 사랑해 오른쪽과 왼쪽 눈이 천지간만큼 벌어져 분간 없이 애매한 거리를 더듬으면서 오늘도 쓴다, 모르겠다고

'.t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연준, 소란 中  (0) 2020.03.29
최백규, 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  (0) 2020.03.02
이희주, 환상통 中  (0) 2020.02.19
이장근, 왜 몰라  (0) 2019.10.16
심보선, 형  (0) 20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