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30. 03:21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 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려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 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t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애 (0) | 2016.04.21 |
---|---|
주하림, 남학생 (0) | 2016.04.12 |
주하림, 빛의 볼륨 (0) | 2016.04.03 |
썸머, 해피 버스데이 中 (0) | 2016.03.29 |
황인찬, 너의 아침 (0) | 201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