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성공했어. 수면비행법.
페퍼민트 샤베트 양말이랑 당감 양말은 뭐랄까, 땅과 하늘 사이에 정전기적 긴장을 만들어낸달까. 그게 몸을 부양시켜 주는 거지. 고속철도 원리 알지? 자, 이거거든?
비행 직전에 닭고기 같은 건 피해야겠지?
*
"누나, 나 보여요?"
"부분적으로는 보이는데, 좀 벗지 그러니."
"벗었는데 내가 안 보이면?"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옆에 있는데도 안 보이는 것처럼 굴었어요. 그래서 내가 도둑질을 잘하는 거예요. 가끔 안 보이니까.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전기 기술 배워서 돈 잘 벌다가, 오토바이 훔치다가 걸려서 재판을 받는데 판사가 나한테만 들리게 이러는 거예요. 피고 박일순은 장차 점으로 소멸될 것이다, 이 씹새끼야.
"저런."
"교도소에서 별 짓을 다 했어요. 자꾸 소멸되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 옷도 훔쳐 입고, 이빨도 열심히 닦고. 이빨은 한번 소멸되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가 없잖아."
"그렇지."
"정신 감정 받았더니 정신분열증에 안티 소셜이라고 했어."
"안티 소셜?"
"이유 없이 자꾸 훔치고 싸우고 죄책감이나 동정심 없고, 그런 건데요. 근데 왜 나 보고 안티 소셜이라 그러는지 몰라. 난 사정이 있어서 훔치는데. 소멸될 것 같아서."
나는요, 안티 소멸이에요, 누나. 안티 소셜은 치료법이 없는데요. 그래도 의사가 희망을 가지래요. 삼사십 년 지나서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고. 대개 그 삼사십 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지만. 그 교도소 가기 싫어서 내 발로 입원하잖아. 예감 딱 느끼면 바로 들어와 버려. 다섯 번째 입원이에요, 4년 동안. 노가다 착실하게 하면 입원비랑 약값은 어떻게 하는데, 이런 식으로 사십 년을 버틸 수 있을까? 점으로 소멸되지 않고?
"어떻게 생각해, 누나?"
"그냥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